- 지구에 마지막으로 남은 사람은 나였다. 그런데, 초인종이 울렸다.— 줄줄이
-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 3년 동안 단 한 번도 울리지 않았으니까... 숨을 죽이고 현관으로 다가서자 문틈으로 보이는 그림자는 분명 사람의 형체를 하고 있었다. 그럴리가 없다는 확신 때문인지 반가움 보다는 두려움이 온몸을 덜덜 떨리게 만들었다.— 익명
- …. 쿵쿵쿵! 알수 없는 존재가 문을 두드리기 시작하였다. 처음에는 노크 정도의 소리에서 쾅쾅쾅쾅! 지금은 문을 부술듯이 두드려 대기 시작했다.— 익명
- 나는 식칼을 움켜쥐고 소리쳤다. "누구야!" 순간 두드림이 뚝 멈췄다. 정적. 그리고 문 아래 틈으로 종이 한 장이 스윽 밀려 들어왔다.— 줄줄이
- 삐뚤빼뚤한 글씨였다. "문 열어줘. 나 무서워." 어린아이의 글씨 같았다. 마지막 사람이 나라고 믿었는데.— 줄줄이
- 떨리는 손으로 문을 조금 열자, 아무도 없었다. 다만 발밑에 낡은 곰인형 하나가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줄줄이
- 인형을 집어 든 순간, 등 뒤 거실에서 TV가 저절로 켜졌다. 3년간 신호가 끊겼던 화면에.— 줄줄이
- 화면 속엔 이 집 현관이 실시간으로 비치고 있었다. 그리고 문 앞에 서 있는 건— 나였다. 곰인형을 안고.— 줄줄이
- 나는 뒤를 돌아볼 수 없었다. 화면 속 '나'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카메라를, 그러니까 나를 똑바로 보았으니까.— 줄줄이
- "드디어 열었네." 화면 속 내가 입을 열자, 스피커가 아니라 내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줄줄이
- 도망칠 곳은 없었다. 하지만 이상하게 무섭지 않았다. 3년 만에 처음 듣는 사람 목소리였다.— 줄줄이
- 돌아보니 나와 똑같이 생긴 그가 웃고 있었다. "혼자인 줄 알았지? 나도 그랬어. 우린 서로의 마지막이었던 거야."— 줄줄이
- 알고 보니 종말이 삼킨 건 세상이 아니라, 서로를 못 보게 만든 각자의 방이었다. 문을 두드려야만 깨지는.— 줄줄이
- 우리는 곰인형을 가운데 두고 오래 앉아 이야기했다. 밖에선 다른 집 초인종들이 하나둘 울리기 시작했다.— 줄줄이
- 지구에 마지막으로 남은 사람은 나였다. 그리고 너였고, 결국 우리였다. 문을 열어준 모두였다.— 줄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