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뒤로가기완결
  1. 지구에 마지막으로 남은 사람은 나였다. 그런데, 초인종이 울렸다.줄줄이
  2.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 3년 동안 단 한 번도 울리지 않았으니까... 숨을 죽이고 현관으로 다가서자 문틈으로 보이는 그림자는 분명 사람의 형체를 하고 있었다. 그럴리가 없다는 확신 때문인지 반가움 보다는 두려움이 온몸을 덜덜 떨리게 만들었다.익명
  3. …. 쿵쿵쿵! 알수 없는 존재가 문을 두드리기 시작하였다. 처음에는 노크 정도의 소리에서 쾅쾅쾅쾅! 지금은 문을 부술듯이 두드려 대기 시작했다.익명
  4. 나는 식칼을 움켜쥐고 소리쳤다. "누구야!" 순간 두드림이 뚝 멈췄다. 정적. 그리고 문 아래 틈으로 종이 한 장이 스윽 밀려 들어왔다.줄줄이
  5. 삐뚤빼뚤한 글씨였다. "문 열어줘. 나 무서워." 어린아이의 글씨 같았다. 마지막 사람이 나라고 믿었는데.줄줄이
  6. 떨리는 손으로 문을 조금 열자, 아무도 없었다. 다만 발밑에 낡은 곰인형 하나가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줄줄이
  7. 인형을 집어 든 순간, 등 뒤 거실에서 TV가 저절로 켜졌다. 3년간 신호가 끊겼던 화면에.줄줄이
  8. 화면 속엔 이 집 현관이 실시간으로 비치고 있었다. 그리고 문 앞에 서 있는 건— 나였다. 곰인형을 안고.줄줄이
  9. 나는 뒤를 돌아볼 수 없었다. 화면 속 '나'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카메라를, 그러니까 나를 똑바로 보았으니까.줄줄이
  10. "드디어 열었네." 화면 속 내가 입을 열자, 스피커가 아니라 내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줄줄이
  11. 도망칠 곳은 없었다. 하지만 이상하게 무섭지 않았다. 3년 만에 처음 듣는 사람 목소리였다.줄줄이
  12. 돌아보니 나와 똑같이 생긴 그가 웃고 있었다. "혼자인 줄 알았지? 나도 그랬어. 우린 서로의 마지막이었던 거야."줄줄이
  13. 알고 보니 종말이 삼킨 건 세상이 아니라, 서로를 못 보게 만든 각자의 방이었다. 문을 두드려야만 깨지는.줄줄이
  14. 우리는 곰인형을 가운데 두고 오래 앉아 이야기했다. 밖에선 다른 집 초인종들이 하나둘 울리기 시작했다.줄줄이
  15. 지구에 마지막으로 남은 사람은 나였다. 그리고 너였고, 결국 우리였다. 문을 열어준 모두였다.줄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