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원 셋뿐인 폐부 직전 야구부에 전학생이 왔다. 그는 배트 대신 우승 트로피 사진을 내밀며 말했다. "이거, 올해 우리가 가져옵니다."— 줄줄이
- 부장 형이 코웃음을 쳤다. "우리 셋이서? 야구는 아홉 명이 하는 거다." 전학생은 태연했다. "알아요. 그래서 다섯 명 더 구할 거예요."— 야구광
- "근데 그 사진 뭔데. 어디 대회 트로피야?" 전학생은 사진을 도로 주머니에 넣으며 씩 웃기만 했다. "때 되면 알아요."— 익명
- 다음 날부터 전학생은 이상한 애들만 데려왔다. 수학경시 1등, 육상부에서 쫓겨난 단거리 선수, 그리고... 급식실 아주머니의 아들.— 만년후보
- "쟤가 왜?" "급식실 아들이 던지는 잔반통 보셨어요? 40미터를 노바운드로 갑니다." 그렇게 우리는 아홉 명이 됐다.— 야구광
- 이상한 건 전학생의 지시였다. "3번은 초구 치지 마세요. 저쪽 투수, 두 번째 공은 꼭 몸쪽 실투예요." 그리고 정말 그랬다.— 익명
- 지역 예선 첫 경기, 우리가 이겼다. 창단 이래 첫 승. 감독도 없는 팀이 이기자 상대 감독이 항의하러 왔다가 그냥 돌아갔다.— 직관러
- 전학생은 모든 걸 미리 알았다. 비 와서 순연될 날짜, 상대 에이스가 컨디션 난조일 날, 심지어 파울볼이 날아갈 좌석 번호까지.— 만년후보
- 결승 전날 밤, 나는 그를 추궁했다. "너 대체 뭐야." 그는 한참 말이 없다가 그 사진을 다시 꺼냈다. "잘 봐요. 트로피 말고 뒤에."— 익명
- 사진 속 트로피 뒤에는 우리가 있었다. 나, 부장 형, 급식실 아들... 지금과 똑같은 얼굴로 울면서 웃고 있는 우리 아홉 명이.— 직관러
- "이 사진, 내일 찍을 거예요." 전학생이 말했다. "나는 내일 저녁에서 왔어요. 우승하고 나서, 딱 하루 전으로."— 야구광
- "왜 하필 하루 전인데." "결승에서 9회에 공이 나한테 오는데, 내가 그걸 놓쳤거든요. 그 공 하나 다시 잡으러 왔어요."— 익명
- 결승 9회 말 투아웃. 정말로 공은 그에게 날아갔다. 전학생은 이를 악물고 몸을 날렸고, 글러브 끝에 공이 박혔다. 경기 종료.— 만년후보
- 시상식에서 누군가 카메라를 들었다. "자, 찍습니다!" 우리는 트로피 뒤에 모여 울면서 웃었다. 어디서 많이 본 구도였다.— 직관러
- 현상된 사진을 받은 전학생은 그걸 소중히 주머니에 넣고 말했다. "이제 진짜 제 거네요, 이 사진." 그의 교복이 잠깐, 반짝했다.— 야구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