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마가 드디어 최신 스마트폰을 샀다. 그날 밤부터, 10년 전 내 흑역사 게시물에 하나씩 '좋아요'가 켜지기 시작했다.— 줄줄이
- 처음엔 중2 때 쓴 시였다. '어둠 속의 늑대여, 나의 고독을 아는가.' 좋아요 1.— 이불킥
- 새벽 2시, 알림은 멈추지 않았다. 엄마는 내 흑역사를 연대순으로 정주행하고 있었다.— 익명
- 참다못해 전화를 걸었더니 엄마가 먼저 말했다. "얘, 너 글 좀 쓰는구나?"— 새벽감성
- 다음 날 가족 단톡방에 내 늑대 시가 캡처되어 올라왔다. 이모 셋이 하트를 눌렀다.— 익명
- 복수를 결심하고 엄마 계정을 뒤졌다. 그런데 팔로잉 목록에 이상한 계정이 하나 있었다.— 복수혈전
- '달빛늑대_1974'. 게시물 3천 개. 전부 자작시였다.— 익명
- 엄마는 27년째 활동 중인 감성 시 블로거였다. 팔로워는 나보다 400배 많았다.— 국문과
- 최신 글 댓글창엔 '선생님 신간 언제 나오나요'가 줄줄이 달려 있었다.— 익명
- 그리고 10년 전 내 늑대 시 아래, 익숙한 닉네임의 오래된 댓글을 발견했다. '재능이 보입니다. — 달빛늑대'— 익명
- 내 흑역사의 첫 좋아요는, 처음부터 엄마였던 것이다.— 눈물버튼
- 다시 알림이 울렸다. 이번엔 좋아요가 아니라 게시물 태그였다.— 익명
- '신인 공모전 접수 마감 D-3'. 엄마는 그 게시물에 내 계정을 태그해 두었다.— 마감요정
- 나는 그날 밤 10년 만에 시를 썼다. 제목은 '새끼 늑대'.— 익명
- 발표 날, 당선자 명단에 두 이름이 나란히 걸렸다. 대상 '달빛늑대', 신인상 '새끼 늑대'. 우리는 시상식장에서 처음으로 서로의 필명과 악수했다.— 시인지망